반응형
지난 19일 저녁, 경기도 파주 버스에서 하차하다가 뒷문에 롱패딩이 끼어 사망하게 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20대 여성으로, 버스 기사가 옷자락이 끼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에 깔려 즉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사고입니다.
더더욱 이 롱패딩 버스 하차 사망 사건이 안타까운 이유는 피해자가 이제 꿈을 펼쳐보려 열심히 공부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결코 생각할 수도 없는 어린 나이의 죽음, 영정사진도 당연히 없어서 SNS에 올린 환하게 웃은 사진이 영정사진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퇴근길 시간에 친구를 만나다가 참변을 당한 피해자... 같이 보기로 한 친구의 마음의 무게는 얼마나 또 무거울지 짐작조차 되지도 않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리기엔 너무 어린 나이.
유가족에게 더더욱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바로 그날이 이동수단인 킥보드 선물을 준비한 날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 선물을 주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하며 자책하고 오열하는 유가족에게는 정말 비극과도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롱패딩 버스 하차 사망 사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피해자의 잘못인가?
이 사고가 알려지고 난 후, 하차 당시 인근 CCTV에서는 피해자가 버스를 하차 하였으나 인도로 가지 않고 버스 바로 앞에 잠시 서있는 것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이 공개된 후에 황당하게도 일부 네티즌들은 하차하였는데도 인도로 올라가지 않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억측과 악플을 달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즘 핸드폰만 보며 걷고 다니는 이른바 스몸비를 사고의 이유로 들며, 핸드폰을 보면서 내렸기 때문이라는 피해자의 잘못을 억측한 것입니다. 이는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의 가슴에 한 번 더 상처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같은 상황을 자주 겪거나 목격한 네티즌들은 이 사고가 절대 피해자의 잘못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아마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차시에 나는 "삐"소리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한 번만 나는 경우가 있고 여러 번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삐" 소리의 정체가 하차 문을 닫는 소리라고 알고들 있지만, 사실 이 비프음은 계단에 사람이 있을 때 센서가 내는 소리입니다. 즉, 버스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삐"소리가 들렸다면, 버스기사가 사람이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닫으려고 시도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최근 저상 버스들은 문이 닫히지 않으면 절대 출발할 수 없지만, 이전 버스들은 문을 닫지 않은 상태로도 출발이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채 마지막 발을 땅에 내딛기도 전에 출발하여 넘어지는 사건, 사고들도 많았습니다. 출퇴근 시간 만원 버스에 몸이 낀 것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하여 아찔한 사고를 유발할 뻔 하기도, 그리고 실제로 위와 같이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버스 사고... 이번 사고도 버스기사가 출발 전에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요?
버스기사의 잘못인가?
버스 이용객들이 많이 겪고 있는 버스의 급출발, 급정거 사고를 비롯하여 위과 같은 사고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도로 위의 운전자들이 기피하는 대상인 시내버스는 난폭 운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운전을 험악하게 하는 기사님들도 많습니다. 이에 따른 사고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실제 제 지인은 차가 밀리지 않는 늦은 시간대에 하차를 위해서 손잡이를 잡고 서있었는데, 시속 60키로가 넘는 속력에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구르는 사고가 나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시내버스가 이렇게 난폭운전을 하고, 승객의 착석 여부도 확인하지 않으며, 승하차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안전불감증 그 자체로 운행되고 있는 이유. 다들 아실겁니다. 버스운행과 시간에 쫓기는 스케줄, 시내주행임에도 2시간이 넘는 긴 노선도, 4차선 정류장에서 곧장 좌회전을 해야 하는 열악한 운행경로 등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아주 예전부터 외쳐오고 요구해왔던 버스노선 개선과 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 그러나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를 불러온 원인이 아닐까요? 버스기사님에 대한 처우 개선은 곧 승객의 안전과 직결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승객의 승하차를 예의주시하며, 급출발 하지 않는 기사님들도 많습니다. 버스 운행이 부드럽다고 느끼게 해주는 기사님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급출발 급제동을 비롯해 운전이 난폭하다고 느껴지는 기사님들도 많습니다. 이 기사님의 버스를 탄 승객들의 마음은 다급해집니다. 벨을 누르고 뒷문이 열리면 내리는 것이 원칙이나, 이 기사님은 왠지 늦게 일어나면 문을 닫아버리고 출발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할 정도로 조급하게 만듭니다. 이 전에 내리는 승객은 뒷문 닫힘 비프 소리가 세 번이나 들렸습니다. 계단을 채 반도 내려가기 전부터 뒷문을 닫으려는 기사의 버스를 탄 승객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번 사고는 분명 끼임을 인지하지 못한 노후된, 혹은 센서를 갖추지 못한 버스의 탓도 있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스케줄과 그에 따른 버스기사님들의 피로도 누적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인재이지만, 이 인재를 막기 위해서는 시내버스에 대한 개선이 확실히 필요해보입니다.
추가로, 이번 롱패딩 버스 하차 사망 사고가 더 안타까운 것은, 버스 뒷문에 낀 것이 얇은 롱패딩 옷자락이 아니라 팔인 것이 추가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얇은 옷도 아니고 팔이 끼일 정도면 문이 많이 열린 상태였을 것입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인지되지 않고도 출발이 가능한 버스 센서의 부재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 버스처럼 승하차시 뒷문과 앞문 카메라를 달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 버스 시스템 자체의 개선도 필요해보입니다.
반응형
댓글